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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2013. 2. 5. 04:06


용의 화톳불



0.

중부 지방에는 이런 창조 신화가 있습니다. '태고에 다섯 용이 있었는데, 그 이름은 동룡 도매배성가, 서룡 비공차차령, 남룡 허세저집천, 북룡 패라답차범, 중룡 대나가라감으로, 동룡은 이해를, 서룡은 변화를, 남룡은 안식을, 북룡은 용기를, 중룡은 조화를 추구하였으니, 이 다섯 용은 제각기 자신의 신념을 담은 용의 화톳불을 만들어 세상의 기강을 바로 세웠다'는 내용입니다.

이 신화에는 그들이 어떻게 세상을 창조했는지 제대로 알려진 바 없습니다. 용의 화톳불이 세상을 제련하여 이 땅이 생겨났다고 하는 신화랑, 자신들의 몸을 용의 화톳불에 태워 세상에 훝뿌렸다는 신화, 그외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주로 정설로 받는게 이 두가지입니다. 그것과는 무관하게, 어떤 학자들은 용의 화톳불이 실제로는 화톳불이 아닌 그 무언가 상징물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알려진 것은 없습니다.





1.

우리가 함께 살펴 볼 곳은 알렝또스까 서부 지방에 위치한 하라씨에 브렝쑈, 한국말로는 환희를 가르는 마법대학입니다. 사람들은 부르길 귀찮아해서 환희대라고 부르는 곳이지요.

마법대학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마법사를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곳입니다. 하지만 환희대는 태양계의 어딘가에서 흔히 말하는 지잡대이기도 합니다. 이 세계의 대학 서열은 교수들의 연구 발표로 매겨지는데, 환희대의 교수들은 지금까지 그렇다할 실적을 내놓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교수분들께선 강의는 잘 하실까요? 지잡대라는 꼬리표에 열등감에 휘둘리시는 분들 투성이라 강의는 뒷전이고 무언가 연구하기에 바쁩니다. 내 연구로 내 처지를 바꿀 것이다 라는 생각들이시죠. 구세기 마법사들이 도제들을 받아들여놓고선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던 것이랑 거의 흡사할 겁니다.

환희대의 학생이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아보록은 사실 타지의 학생입니다. 글뤼에스퓔르베렌 대학에서 교환 학생으로 왔지요. 근데 교환 학생은 명목상 이유고 따지자면 노예로 팔려온 겁니다. 아, 너무 과장해서 말했군요. 하지만 교수 뒷치닥거리만 하는 시점에서 순화해서 말해도 별 차이는 없을겁니다. 아, 참고로 저 교환 학생이 태양계에서 말하는 교환 학생이랑 같은 뜻이 아니란 걸 알아두시면 좋을겁니다.

그는 환희대 학생들과는 달리 타종족이기도 했습니다. 대체로 이쪽 지방은 유화리예뷸랑만 있어서 대학에도 그네들만 오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비늘로 뒤덮힌 아르코네디의 모습은 깃털로 몸을 치장한 유화리예뷸랑 사이에서 아주 눈에 띄었습니다. 거기다 종족간의 사고 방식 차이까지. 일반적인 아르코네디라면 이런 환경에선 다소 스트레스를 받았겠지만, 다행히도 아보록은 매사에 심드렁한 편이라 정신사납게 소란스러운 유화리예뷸랑 틈에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진 않았습니다.

아무튼 아보록은 교수의 호출을 받아 교수실로 가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항상 있는 일이라 별 대수롭지 않았지만, 그래도 교수가 아보록을 부르는 일은 대체로 기분 좋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에 아보록은 툴툴거리고 있었습니다. 가장 불쾌했던 것은 마법폐기물의 일종인 오소네타를 정화시키는 실험을 해보겠다고 그걸 산더미로 가져오게 한 일이 있군요. 물론 실험에 실패해서 치우는 것도 아보록 몫이었습니다.

"대교수님."

똑똑, 교수실에 다다른 아보록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러자 안에서 교수가 소리쳤습니다.

"들어와!"

문을 열자 부엉이 솜털이 교수실에서 퍼져나왔습니다. 그리고 뭔가 오랫동안 환기되지 않았던듯한 공기도 퍼져나왔습니다. 아보록이 들어가자마자 대교수 보란스페리디트가 말을 꺼냈습니다.

"그래... 논점만 말하겠어. 너도 알다시피, 몇일 뒤에 마법학회가 열릴거다. 난 마법학회에 논문을 발표하러 가야하기 때문에 대학을 잠깐 관리하지 못하지. 따라서 네가 대학을 잠시 맡아줬으면 좋겠다."

아보록은 순간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이 교수가 드디어 미쳤구나 싶었습니다.

"네? 왜 저한테 맡겨요, 그런걸. 전 그냥 학생일 뿐이라고요."

"사실 자네만큼 믿음직스러운 사람이 한명도 없거든. 우리 학교 교수놈들 어떤지 알지?"

아보록은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자기 앞에 있는 대교수는 특히 말이죠.

"아니, 제가 믿음직스럽다고 하셔도 저는 그저 학생이란 말이에요. 대학을 잠시 맡아달라뇨? 이런건 듣도보지도 못한 소린데요."

"당연히! 듣도보지도 못한 소리겠지! 내 선견지명과... 음... 그래, 아무튼 통찰력으로 네가 적임자라는 걸 판단했단 말이지. 그래서 학생이더라도 네게 이 중대한 책임을 맡겨보고자하는 게야."

아보록은 입에서 '미치셨나요?'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습니다.

"내가 일을 마칠 때까지 잘 한다면, 자네가 교수가 되고자 할 때 도움을 주겠네."

말은 번드르르하게 하고 있지만, 아보록은 교수가 될 생각도 없었고, 교수가 되려한다 해도 저 양반이 어떻게 도움을 주겠다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학점이나 좋게 주셨으면 좋겠네요."

"그거야 자네가 학업 생활을 열심히해서 얻어야되는 거 아닌가?"

"그런 학업 생활을 열심히 하지 못하게 될 이유로 이 학교를 맡게되는 중대한 책임이 있는데, 저는 학생으로서 학점을 얻어야하니 이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녀석이!"

그러자 책상을 정리하고있던 보란스페리디트 대교수가 갑작스럽게 아보록을 째려봤습니다. 아보록은 아랑곳하지 않고 교수의 얼굴을 마주보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래! 교수실의 연구기구들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네!"

대교수는 선심쓴다는 듯이 대답했지만 아직 마법을 배우고 있는 학생에게 마법 연구라는게 사치-정확히는 능력 부족이지만-라는 사실을 모르시는 걸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마법 연구가 재밌을거란 헛된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를 낚기위한 수작이거나요.

"아니요. 학점 주세요. 전 대교수님 말고도 다른 교수님들 뒤치닥거리도 해서 힘들단 말이에요. 그분들도 학점도 안주시고요."

"뒤치닥거리? 아, 그래. 그 몹쓸 놈들은 그런 표현이 마땅하지. 음. 그래."

대놓고 본인을 비꼬았지만 다른 사람에게만 비꼬는 말인 줄 알고 별 반응을 안하는 대교수였습니다. 아보록은 이쯤되면 저 양반이 도대체 어떻게 대교수가 된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 그래. 일단, 학점으로 아주 고려해보겠네. 그래서, 지금 당장 가보려고 하니 잘 부탁하네."

"지금이요? 아니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주셔야죠."

"별거 없어. 그냥 사고가 일어나면 대교수 대리인이라고 말하면 끝이야. 그리고 별 일 없을거야. 아무튼 잘 부탁하네."

교수는 아보록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허겁지겁 나갔습니다.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대교수를 바라보던 아보록은 어이가 가출할 것 같았습니다. 도대체 저 양반이 뭔 사고를 치려기에 저러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아보록은 본인을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아보록은 교수실을 두리번거리다가 본인의 기숙사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2.

보란스페리디트 대교수가 저렇게 바쁘게 움직이는 이유는 바로 몇일 뒤면 서부마법학회에서 발표회를 열기 때문입니다. 마법학회는 환희대에서 비교적 먼 곳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대교수가 늦지 않도록 저렇게 급하게 움직인 것입니다.

대부분 교수들이 권위를 얻게되는 발판으로는 서부마법학회의 발표회에 무엇을 보여주었냐에 있습니다. 대교수가 뭐가 부족해서 저러냐고 하겠지만, 사실 보란스페리디트는 돈으로 논문등을 구해서 발표한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뭘 한게 없다는 것에 열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번엔 회심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보란스페리디트 대교수는 별 탈 없이 마법학회에 도착했고, 서부마법학회 발표회 당일날이 되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듸에르쟈 아싀토베르니 대학의 확대마법학 교수 아숄라라고 합니다. 제가 발표할 논문은 '집적 연중형 붕괴에서 발생하는 교리순차적 에너지에 대해서'입니다. 저번 발표회때 집적 연중형 붕괴를 설명한 적이 있으니..."

"집적 연중형 붕괴에서 괴약적으로 퇴소성 발상이 진행되면..."

보란스페리디트 대교수는 신비역사학 전공이기 때문에 확대마법학 교수들의 발표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글쎄, 이해를 못한다는 표현보단 낫잖아요.

"구조마법학 교수 샤카할렝 드하디보네라고 합니다. 예전에 여러분께 '연속성 중계로 인한 마법의 구조 변화'라는 논문을 발표한 적이..."

저것도 역시 보란스페리디트가 이해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다른 교수들이 그렇듯이 대교수도 일단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끄덕거리기로 했습니다. 졸면서 끄덕끄덕거리거나요.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이제 보란스페리디트 대교수가 발표할 차례가 되었습니다.

"에헴. 반갑습니다. 하라씨에 브렝쑈(환희를 가르는) 대학의 신비역사학 교수 보란스페리디트입니다."

방금전 발표와는 달리 다른 교수들은 보란스페리디트의 발표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논문을 돈주고 사는 사람으로 이미 저명한지라 다들 별로 신빙성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용의 화톳불의... (중얼중얼...) 용들의 무덤이... (중얼중얼...) 중부 지방에서 발견되어..."

그리고 발표 능력도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라는 것으로 용의 화톳불의 소재는 현재 저희 대학에 있습니다."

하지만 저 말만큼은 역대 발표회의 누구보다도 가장 잘 들렸으며 파급력이 컸습니다.

"뭐라고요!?"

"용의 화톳불이라니, 그게 실제로 있다는 겁니까!?"

"가짜 아닙니까!?"

발표회는 순간 난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보란스페리디트는 저 반응을 그토록 원했습니다.

"아직 발표중입니다, 여러분. 아무튼 하루 빨리 학회에 알리고 싶어 용의 화톳불을 제대로 연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실험해본 바로는 사용자에게 마법적 원천이 되어주도록 하더군요. 마법력이 고갈난 상태에서도 용의 화톳불을 소지하면 다시 마법력이 채워지게 됩니다. 여기에 한도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발표를 적절치 못하게 하던 모습과는 달리 지금은 아주 자신감있게 발표하고 있는 대교수였습니다.

"용의 화톳불이라는 건 어떻게 아신 겁니까?"

"아, 그걸 빼먹었군요. 유적에 용의 화톳불이라고 적혀있더군요. 그리고 화톳불이래서 상당히 클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손에 잡히는 큰 보석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그게 5개던데, 각각 다섯 용을 상징하는 것이 분명하더군요."

"유적이요? 그 유적이 어디있습니까!?"

하여간 발표회는 혼돈의 도가니에 빠져들었고, 보란스페리디트는 평생 느껴보지 못한 흡족함을 누렸습니다. 운도 운이고 집요하게 돌아다닌 보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3.

발표회를 흡족하게 끝낸 보란스페리디트는 마법학회에서 계속 흡족함을 느끼기로 했습니다. 교수들이 달려들어와서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일은 흔한게 아니였거든요.

하지만 한편 아보록은 아주 곤란한 상황에 빠져들었습니다.

"글쎄, 용의 화톳불은 저도 들어본 게 없네요. 저희 교수님이 제게 대학 대리를 맡겨주셨지만, 그 부분까진 얘기하지 않으셨어요."

사람들이 몰려와서 용의 화톳불 얘기를 꺼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특히 어떻게 생겼느냐 보여달라는 요청이 많이 밀려들어왔습니다. 결국 아보록은 안되겠다 싶어 잠시 대학 방문자를 받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보록군! 이게 도대체 뭔 난리인가? 용의 화톳불이라니 뭔 일이지?"

다른 교수들도 어안이 벙벙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마 대교수님이 발표회에 가서 용의 화톳불 얘기를 하셨나 본데요. 그리고 그게 이 학교에 있다고 말씀하셨나봐요."

"그 양반, 참나."

하지만 방문객을 받지 않는다고 학교 대문에 걸어놓았는데도 사람들은 계속 들어오기만 했습니다. 아보록은 슬슬 짜증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교수랑 연관되면 몸이든 정신이든 편한 일이 없었습니다.





4.

학회에서 난리가 일기는 했지만 사실 그게 보란스페리디트의 명성을 더 드높여주는 것은 아니였습니다. 이미 그는 학회에서 신뢰도가 낮은 교수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그에게 일시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이 있었을진 몰라도 결과적으로는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대교수에게 관심을 끊어버리겠죠.

그리고 그 관심이 끊기는 시간은 안타깝게도 이르게 찾아왔습니다.

대교수는 학회를 아무데나 정처없이 돌아다녔습니다. 학자처럼 보이기 위한 책도 같이 들면서요. 한때는 그에게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으나, 몇일이 지나자 다들 호응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은 대교수가 보여도 별 관심을 안보였고 지나치기만 했습니다.

그런 불명예스러운 뒷얘기가 있지만, 보란스페리디트는 정말로 용의 화톳불을 발견하긴 했습니다. 그 과정은 대교수에게 정말로 험난... 이 이야기는 대교수의 모험이 메인 디쉬가 아니니깐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으니 넘어가기로 합시다.

아무튼 대교수는 이제 대학으로 돌아가 실험을 해야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정도면 충분히 즐겼다고 본 모양입니다.





5.

한편 대교수가 일을 벌여놓은 와중에 환희대에서는 아보록이 좀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용의 화톳불의 진위여부를 확인하러 하루이틀 끊임없이 계속 찾아왔습니다. 대개는 그 이유고, 가끔 대교수와 공동실험을 하고 싶다는 사람도 찾아왔습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는 대부분이 듣도보지도 못한 마법대학에서 온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환희대가 유명하다는 건 아닙니다.

아보록은 대교수가 언제 올지 알 수 없어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다른 교수님들은 대교수의 만행에 빠진 아보록을 이해해주었습니다. 그네들도 별로라고 생각하던 아보록은 그래도 대교수보다 괜찮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놈의 용의 화톳불."

Posted by Evil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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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죽겠지!

Posted by EvilDra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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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11. 8.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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